해당 블로그의 모든 글은 약간의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장르: 슈퍼히어로, SF, 판타지
제작: 마블 스튜디오
공개: 디즈니플러스
시즌1: 2021년 6월 9일(국내 2021년 11월 12일)
시즌2: 2023년 10월 6일
회차: 시즌1: 6부작(총 286분)
시즌2: 6부작(총 313분) -완-
톰 히들스턴의 '로키'
12년 전, <토르: 천둥의 신>에서 토르의 이복동생이자 장난의 신으로 등장한 로키의 긴 여정이 마침내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나르시시즘과 열등감, 이기심과 이타심, 형에 대한 사랑과 질투, 안티히어로와 히어로 등 서로 상반되는 많은 성격들이 로키 안에 공존하고 중상모략을 일삼으며 한없이 사악해졌다가 때론 장난꾸러기 같은 모습을 보이고 평생을 원해온 무언가를 포기하면서 자신을 희생하는 모습까지...
마블 유니버스에서 이처럼 다채롭고 입체적인 캐릭터는 다시 보기 힘들 것 같습니다.
로키역의 톰 히들스턴은 배역을 맡은 후부터 감독과 함께 캐릭터 분석을 했다고 합니다.
코믹스부터 셰익스피어까지 참고하며 단순한 악역이 아닌 왕좌를 향한 차남의 갈망과 형에 대한 애증 또 그로 인한 고뇌를 캐릭터에 녹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그로 인해 매력적인 캐릭터가 탄생하게 되었죠.
그 후로도 끊임없이 감독과 소통하며 캐릭터를 발전시킨 결과로 마블 유니버스에서 최초로 빌런을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를 제작할 수 있었고 또 완성도 높은 드라마를 탄생시킬 수 있었지 않나 생각합니다.
로키를 메인으로 한 영화는 없었지만 등장할 때마다 변화하는 모습을 확연히 보여줬습니다.
앞서 기술한 <토르: 천둥의 신>에서의 모습과 억눌린 감정이 지배욕으로 표출되는 <어벤져스>에서의 모습,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형에 대한 질투에 삐딱한 모습을 보이다 어머니의 죽음에 분노하는 <토르: 다크 월드>에서의 모습과 그 후 아버지의 임종을 함께 지킨 형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결국에는 명예로운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까지 보여줄 거 다 보여줬습니다.
드라마에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어벤져스 1편 시점의 로키이기 때문에 어벤져스에 대한 분노, 왕좌에 대한 집착이 초반에 보입니다.
또 통치에 대한 로키만의 신념도 보이는데 자유에 대한 해석이 흥미롭습니다.
대부분의 생명체는 살면서 선택을 하게 되는데 선택은 불확실성, 후회, 창피함을 낳게 되고 모두가 잘못된 선택을 하기 마련이니 선택(자유의지)을 없애고 인생을 쉽게 만들어 주겠다는 게 로키의 이상입니다.
이후에 로키는 오히려 멀티버스에 존재하는 수많은 생명체의 자유의지를 지지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합니다.
모든 것의 멸망이라는 결과를 알면서도 '남아 있는 자(He who remains)'를 죽여 자유의지를 되찾은 것을 후회하지 않는 실비의 모습에서 보다 더 나은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고 그 스스로 그 무언가가 되려 합니다.
FOR YOU
FOR ALL OF US
시즌2 피날레에서 로키는 시간 직조기로 나가기 전 "당신을 위해. 우리 모두를 위해."라며 뒤돌아 섭니다.
어찌 보면 멀티버스의 안위보다 자신의 친구들을 되찾고 싶은 마음에 고분고투했던 로키가 친구들을 뒤로하고 시간 밖으로 외로이 홀로 떠나가면서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토르: 천둥의 신>에서 토르와 마지막 전투를 치른 후 비프로스트 다리에서 떨어지기 전 아버지인 오딘에게 했던 마지막 대사와 같습니다.
형이 추방된 사이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 꾸몄던 모략에 대한 변명이 대가를 바라지 않는 진정한 히어로로서의 임무를 다짐하는듯한 대사로 그 의미를 달리 합니다.
톰 히들스턴의 아이디어로 추가된 이 대사는 로키의 시작과 끝을 표현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다고 생각합니다.
멀티버스(Multiverse) 그리고 TVA(Time Variance Authority)
드라마에서 로키를 제외하면 멀티버스에 대한 설명서, 교육자료라고 할 만큼 '멀티버스'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룹니다.
[여기서 멀티버스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에서의 여러 다른 차원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의 다중우주를 말합니다. 참고로 코믹스에서도 멀티버스라는 단어의 언급이 있지만 이는 개념상 평행우주(Parallel Universe)에 더 가깝습니다.]
그리고 이런 멀티버스를 관리하는 TVA는 미스 미닛을 통해 아래와 같이 설명됩니다.
"오래전 여러 타임라인들이 함께 공존하다 전쟁이 벌어졌고 모든 것이 파괴될 뻔했지만 타임키퍼들이 등장하여 여러 타임라인을 하나로 통합하면서 평화를 가져왔습니다. 이 합쳐진 타임라인이 '성스러운 타임라인'이며 '성스러운 타임라인의 한계를 벗어나는 사건(Nexus event)'이 발생하여 또 다른 멀티버스 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타임키퍼들은 TVA와 시간요원들을 만들었습니다. TVA는 올바른 시간의 흐름을 보존하고 '성스러운 타임라인에서 벗어난 행동을 하는 사람(변종, Variant)'을 추적, 관리하며 다른 타임라인이 생기지 않도록 예방합니다."
[원래 로키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타노스에 의해 살해당하게되고 그로인해 토르는 동생 로키에 대한 복수심에 타노스에게 고통을 주려다 핑거스냅을 허용하게되며 인구 절반이 사라진 후 어벤져스의 양자 영역에서의 시간여행으로 이어지는게 성스러운 타임라인 안에서의 이야기입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으로 넘어가서 과거의 인피니티스톤을 모으는 과정에서 등장하는 로키는 어벤져스 1편 시점의 로키이고 혼란을 틈타 테서랙트를 들고 도망가버리면서 넥서스 이벤트를 발생시키고 시간요원들에게 구금됩니다.]
TVA는 멀티버스 전쟁을 막기 위해 존재합니다.
정확하게는 '남아 있는 자'의 변종들이 일으킬 멀티버스 전쟁을 막기 위해 성스러운 타임라인이라 명명한 하나의 타임라인(ETH-616, 마블 메인 유니버스)에 간섭을 일으킬 수 있는 타임라인이 발생하지 못하도록 영향을 끼칠 위험이 있는 변종들을 제거하여 안전을 유지하는 조직입니다.
성스러운 타임라인을 벗어나는 모든 변종을 막은 이유는 변종에 의해 분기가 생성되어 레드라인 밖으로 나가버린 타임라인은 TVA에서 손 쓸 방법이 없고 그런 타임라인에서 남아 있는 자의 변종이 태어나게 되면 멀티버스 전쟁이 필연적이기 때문입니다.
'남아 있는 자'는 31세기의 과학자고 이야기가 진행되는 시점에서는 미래의 인물이며 멀티버스 전쟁 역시 미래에 발생할 사건입니다.
시공간을 넘나들며 타임라인을 관리하는 조직이지만 타임라인 자체를 소멸시키는 힘은 없습니다.
시즌1의 6화에서 자유의지를 막음으로 성스러운 타임라인을 유지하던 남아 있는 자가 실비에 의해 죽은 후 분기가 발생하고 그 분기의 분기가 꼬리를 물며 타임라인이 무한대로 늘어나자 속수무책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독스 장군이 모든 신생 분기의 제거를 시도하고 약 30%의 분기를 제거했지만 로키와 친구들에 의해 제압당합니다. 하지만 로키의 방해가 없었더라도 리셋 장치가 부족했기 때문에 모든 분기를 제거하지 못했을 겁니다.
시즌2에서 TVA와 멀티버스를 설명하기 위한 새로운 인물인 '우로보로스(OB)'가 등장합니다.
우로보로스는 TVA 기록 담당자이자 TVA안내서의 저자이며 오랜 시간 누구도 찾지 않는 본인만의 일터에서만 자리를 지켰기에 기억리셋을 피해온 인물입니다. 특유의 밝고 유쾌한 목소리로 멀티버스와 TVA에 대한 정보를 전달해 줍니다.
우로보로스역의 '키호이콴'은 멀티버스를 소재로 다룬 영화인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에서도 멋진 연기를 선보였습니다.
[이 분 인생도 참 기구합니다. 삶이 역전의 역전인 영화 그 자체죠.
<인디아나 존스: 마궁의 사원>에서 아역으로 데뷔해서 <구니스>에서도 주연을 맡고 승승장구할 듯했지만 동양인 배우가 성장하기 힘든 할리우드에서 많은 고초를 겪고 아시아로 활동무대를 옮겼지만 그마저도 잘 안 풀립니다.
배역을 얻기 힘들 때는 조연출, 무술감독 등 가리지 않고 영화 관련 일을 해가며 끝까지 영화판에서 버티다가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통해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하고 배우로서 재기에 성공합니다.]
후에 로키에 의해 성스러운 타임라인과 거기서 분기되고 분기될 무한한 타임라인을 안정화시킨 후 TVA의 주요 업무는 남아 있는 자의 변종을 추적하여 관리하는 것이지만 무한대로 늘어날 타임라인을 관리한다는 게 불가능합니다.
이미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의 쿠키영상에서 엄청난 수의 정복자 캉이 등장했죠.
19세기의 과학자 '빅터 타임리'의 예로 볼 때 '남아 있는 자'의 변종이 무조건 빌런화 되는 것은 아닌 것 같지만 '빅터 타임리'는 '남아 있는 자'의 지시로 미스 미닛에 의해 의도적으로 변종화 되었기 때문에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빅터와 OB의 만남에서 시간직조기와 TVA안내서를 매개로 타임 패러독스가 형성됩니다. OB는 빅터의 아이디어를 참고했고 빅터는 OB의 TVA안내서를 바탕으로 연구를 했죠. OB는 자기 꼬리를 삼키는 뱀(우로보로스)을 떠올립니다.
OB라는 별칭도 타임 패러독스인데 과거로 간 로키가 우로보로스를 OB라고 부르면서 시작되었습니다.
로키가 타임슬립을 하면서 시점상 모비우스와 현재에 있는 OB에게 실시간으로 없었던 지식이나 물건들이 생겨나는데 꽤나 큰 영향임에도 넥서스 이벤트를 발생되고 분기가 생기지 않았다는 것은 제작자의 의도한 복선인지 스토리 진행상 묵인인지는 모르겠으나 빅터를 만나고 시간 직조기를 고치려고 노력한 모든 과정들이 '남아 있는 자'의 설계였다는 것이 마지막화에서 드러납니다.
6화에서 모비우스와 B-15이 파일을 보며 남아 있는 자의 변종이 616 인접권에서 말썽을 좀 부렸는데 그들이 해결해서 지금은 괜찮다는 이야기를 나누는데 앤드맨과 와스프에 대한 내용입니다.
마치며...
최근 마블의 영화와 드라마들의 PC화와 그에 따른 흥행 실패로 낮아진 기대치를 한껏 끌어올렸다고 생각됩니다.
화려한 CG나 액션에 집중하기보다 로키라는 캐릭터에 대한 서사와 멀티버스와 타임라인에 대한 설명들이 깔끔하게 잘 구성되어 있고 마무리도 완벽했다고 평하고 싶습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아직 애착이 있으시다면 장난의 신에서 마블의 신으로 거듭난 로키의 여정은 꼭 봐두실 필요가 있습니다.
<마블스>처럼 <미즈 마블>이나 <완다비전>을 보고 봐야 더 잘 이해되거나 재밌는 것도 아닙니다. 아마 대부분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로 손 놓으신 분들 많으실 텐데 엔드게임까지의 내용만 기억하시고 보셔도 될 만큼 진입장벽이 낮습니다.
추가 시즌이 나오기 어려운 결말이다 보니 마블의 다른 영화나 드라마에서라도 다시 볼 수 있길 바라봅니다.
현재 진행 중인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4 페이즈에서 6 페이즈까지를 '멀티버스 사가'로 명명한 만큼, 그리고 로키 드라마가 성공적이었던 만큼 앞으로 준비될 마블 스튜디오의 스토리에서 TVA의 많은 등장인물들이 크로스오버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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