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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추천> [메이드 인 어비스(MADE IN ABYSS) 시즌1~2, 극장판 - 아기자기한 잔혹동화]

by 박다식 2023. 12. 5.
해당 블로그의 모든 글들은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장르: 모험, 판타지
원작: 츠쿠시 아키히토
제작: 키네마 시트러스
공개: 시즌1:2017년 7월 7일(14화, 약 325분) 15세
         극장판:2020년 1월 7일(105분) 15세
         시즌2:2022년 7월 6일(13화, 약 305분) 19세
국내서비스: 왓차, 티빙

 

 베오르스카에 있는 오스 섬에는 그 기원을 알 수 없는 커다란 구멍(Abyss, 어비스, 빅홀)이 있습니다.
구멍 안에는 지상에선 볼 수 없는 온갖 신비한 생물들과 원리를 알 수 없는 신비한 유물들로 가득한데 아래로 내려갈수록 더욱 진귀한 유물들이 발굴됩니다. 다만 그 깊이가 깊어질수록 더욱 무시무시한 괴물들과 신체에 위해를 주는 역장 때문에 소수의 뛰어난 사람들만 탐굴이 가능한데 이들은 국가의 인증을 받고 전 세계적 영웅대접을 받는 탐굴가 계급의 최상위층인 '하얀 호각'입니다.
 주인공 '리코'의 아버지 '토카'는 리코가 태어나기도 전에 탐굴 도중 사망했으며 어머니 '섬멸경 라이자'는 하얀 호각으로 리코가 2살되던 해 어비스로 떠나 지금까지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어비스 주변에 형성된 마을인 '오스 타운'의 보육원에서 지내는 리코는 마을 근처의 어비스에서 친구들과 탐굴 도중 소년의 모습을 한 로봇을 발견합니다. 로봇 소년은 기억을 잃었지만 현 인류의 기술력을 뛰어넘는 그의 로봇신체는 어비스의 유물이 분명해 보입니다. 니코는 로봇소년에게 '레그'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보육원에서 함께 생활하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날, 리코의 어머니인 섬멸경 라이자의 호각과 물품들이 어비스에서 발견되고 지상으로 옮겨져 리코에게 양도됩니다. 리코는 물품들 속에서 "나락의 끝에서 기다린다"라는 쪽지를 발견하고 어머니가 분명 살아 있을 것이라 생각에 어비스로 떠날 준비를 합니다.
 이렇게 리코는 어머니를 찾기 위해, 레그는 자신의 잃어버린 기억을 찾기 위해 함께 어비스의 가장 깊은 곳인 나락의 끝으로 향하면서 모험이 시작됩니다.



 얼마전 커뮤니티에서 모 방송인의 해당 애니메이션 추천이 논란이 되었습니다. 저도 이 논란을 통해서 해당 애니메이션을 접하게 되었는데요. 과연 어떤 작품이길래 한쪽은 방송을 통해 추천하고 한쪽은 보는 사람을 변태취급하는지 궁금한 마음에 시청하게 되었습니다. 
[리뷰에 앞서 저는 평소 에니메이션을 즐겨 보지 않습니다. 딱히 애니메이션이라기보다 비영어권 국가의 작품들은 잘 보지 않는데 제가 알아듣지 못하면 답답해서 웬만해선 보지 않는 편입니다. 세계적 OTT 플랫폼의 영향으로 자막도 빠르게 제공되고 작품을 접하기도 쉬워졌지만 번역된 문장으로 전달하기 힘든 뉘앙스나 암시, 말장난 같은 걸 놓치는 게 싫기도 하고요. 자막 제작자 탓하는 거 같아서 조금 더 설명드리자면.. 번역이 정말 어려운 작업인 게 영화 같은 경우 대부분 작업이 영상은 절대 볼 수 없고 2시간가량 되는 분량을 원고로 받아서 번역해야 합니다. 가끔 신규 개봉 외화의 정식 자막보다 불법공유물 자막이 뛰어날 때가 있는데 후자는 영상을 보며 극의 흐름을 이해하며 번역을 하고 자막을 달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외국 드라마 같은 경우엔 영상에 대한 엠바고 문제는 거의 없지만 보통 1화부터 5화까지는 A, 6화부터 10화까지는 B가 맡아서 하는 식이다 보니 연결이 매끄럽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특정대상을 내 동생이라고 했다가 내 형이라고 하고 반말하다가 존댓말 하는 식으로 갈팡질팡 하는 경우도 생기고요. 특히 전체를 보면 보이는 의미 있는 단어나 문장 같은 경우도 나눠서 번역하다 보니 캐치 못하고 그냥 넘기거나 다르게 표현하거나 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제가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로 된 작품은 잘 즐기지 못하고 애니메이션의 경우도 평소 잘 접해보지 못해서 별다른 배경 지식이 없음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감상 순서

  에니메이션 시즌1, 극장판, 시즌2, 코믹스 순서대로 보았습니다. 
에니가 17년도에 처음 나왔으면 코믹스는 그전부터 시작했을 건데 지금까지 60화 조금 넘게 나와있고.. 너무 적은 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면서 다다른 결론이.. 이야 이거 징역 갔네 아니면 사고 치고 은퇴했네 싶어서 작가까지 찾아봤더니..
잘 지내고 계시더라고요..
간혹 평범한 사람이라면 흠칫 할수밖에 없는 발언들 말고는 구설도 없으시고 논란도 없으십니다.
VR에서 팬들이랑 즐거운 시간도 보내시고 일반인들 대상으로 그림강의도 다니시고 야유회도 가시고 다른 작품활동도 하시는데 왜 연재는...?? 
 작품 보기전에 안 좋은 글들을 너무 많이 봤는지 저도 모르게 선입관이 생겼던 거 같습니다.
에니메이션 시즌2까지 정말 재밌게 봤고 여기까지는 뭐 어느 정도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너무 마녀사냥 아닌가 싶었는데 코믹스 보니까 애니메이션은 순한 맛이었더군요.
일단 작화가 엄청 뛰어나신데 에니메이션에서는 그냥 덩어리로 넘어갔던 몸체가 여아 남아 구분 없이 가슴의 유두와  음영을 살려 신경을 쓰신 걸 보면 조금 집착이 있으신 것도 같고요. 애니메이션에서는 삭제되었지만 코믹스 중간중간 매콤한 컷들이 종종 눈에 보입니다.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는 선정적이라거나 외설적이라는 느낌은 안 들었습니다만 개인의 판단이기에 다들 보시면서 생각해 보시는 게 좋지 않나 생각합니다.


작품의 특징

 뛰어난 작화로 아름답고 신비한 배경들이 아기자기하게 펼쳐집니다. 또 탄탄한 세계관과 개성있는 캐릭터를 바탕으로 엄청난 몰입감을 보여주는데 주인공과 주요 인물 외에도 거의 모든 등장인물들이 입체적이며 과거이야기나 숨겨진 비화까지 디테일한 설정을 보여줍니다.
 주인공인 리코는 다른 주인공일행들에 비해 평범하지만 엄청나게 긍정적인 인물입니다. 
첨에 나락의 끝을 향해 출발할때부터 레그 외에는 대책이 없는 수준이고 '부동경'을 만나 6층으로 내려갈 방법이 없다는 걸 듣고서도 "가는 길에 어떻게든 되겠지~"하며 길을 떠나고 레그가 폭주해서 미쳐 날뛰는 걸 보며 "엄청 의욕적이네~"라고 말합니다. 매사에 긍정적인 성격 덕분에 쉽게 사람들과 친해지고 결정적으로 잠시 함께 지낸 '푸르슈카'가 리코의 하얀 호각이 되어줄 만큼 타인의 마음을 얻어 내기도 합니다.
 레그는 어비스의 저주에 면역이고 튼튼한 신체를 가졌지만 겁이 많습니다.
자칫 단조로울수있는 캐릭터에 겁쟁이 콘셉트가 추가되어 더 재밌고 호감 가는 캐릭터를 형성했습니다.
레그라는 이름은 기억을 잃은 후 리코가 지어준 이름인데 기억을 잃기 전에 만난 '파프타'가 레그라고 부르며 원래부터 레그였다고 합니다. 아마도 리코의 어머니인 섬멸경 라이자와의 접점을 의미한다고 생각되는데 레그라는 이름에 대한 두 모녀간의 공통된 스토리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외 나나치, 파프타도 본인들의 탄탄한 배경 스토리와 캐릭터성을 가지고 있고 그 외 조연들까지 사연없는 등장인물이 없을 정도입니다.
 악역 역시 무작정 나쁜 인물로 표현되는 것이 아닌 세계관의 유인에 따라 행동하며 그들만의 이유로 주인공들의 앞을 가로막습니다.
 시즌1의 악역인 하얀 호각 '여명경 본도르드'는 탐굴의 역사의 획을 그을만큼 엄청난 발명들로 수많은 탐굴가들의 생명을 구한 인물이지만 고아들을 대상으로 잔인한 생체실험을 하고 아무런 죄책감도 가지지 않습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생체실험으로 본인의 양녀인 푸르슈카조차 카트리지화되어 자신이 말로가 되는 과정의 고통을 떠넘기는데 푸르슈카는 또 그 고통을 그대로 받아내어 줍니다. 이런 이면엔 본도르드 역시 아이들에게 입을 다물지언정 거짓을 말하지 않는 등 언제나 진심으로 대하며 사랑해 줬던 과정이 있었기에 어느 정도 설득이 되는 설정이었습니다.
 시즌2의 일블루 마을의 삼현 중 '와즈캰'은 다수의 생존이란 명목으로 '베로엘코'를 이용해 '일뮤이'가 자신을 희생하게끔 유도합니다. 살아남기 위해 무슨 짓이라도 하는 인물로 묘사되다가 마지막엔 무너진 마을 안으로 철의 비가 내리자 자신을 희생해 주인공일행과 마을 주민들을 위해 방패막이가 되어줍니다. 
 두 악역들은 공통적으로 단순히 본인의 발전이나 영달이 아닌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다음 세대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이바지하려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렇기에 악역의 죽음이나 패배가 후련함을 주기보다 여운을 남기게 되고 이로인해 엔딩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게 됩니다.


심각한 호불호

 죽음에까지 이르는 역장의 상승부하와 말로(수인화), 신체개조 및 인체실험 등의 극단적인 설정 역시 호불호가 극심하게 갈리는데 그 대상이 어린아이들이다보니 더 잔인하고 혹독하게 느껴집니다.
또 종종 부각되는 페티쉬적인 요소들 역시 대상이 어린아이들이라서 불편한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렇다 보니 작품을 정말 재밌게 보고도 주변인들에게 섣불리 추천하기가 꺼려집니다. 그나마 애니메이션에서는 이런 요소들이 대부분 삭제되고 디테일한 작화도 사라졌지만 많이 민감하신 분들이라면 얼마든지 불편한 마음이 들 수 있겠다 싶을 정도로 노출이 반복됩니다. 
[리코의 알몸이 노출되는 것은 초반부에 집중되어있고 나나치의 은신처에서 리코의 치료를 위해 함께 온천탕에 들어갔던 레그의 특정부위 신체변화를 리코가 확인 한 후로는 리코도 조심하는지 노출이 없는데 후반부 가니깐 자꾸 레그를 벗기시네요 작가님이...]
 이런 이유들로 현실에서 지인들에게 추천하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지만 '온라인인데 뭐 어때?' 하는 심정으로 추천드린 <메이드 인 어비스>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