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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초토화(OBLITERATED)시즌1(완) = (행오버-코미디) + (A특공대-액션)]

by 박다식 2023. 12. 24.
해당 블로그의 모든 글들은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장르: 드라메디, 액션
제작: 카운터밸런스, 소니픽처스
공개: 넷플릭스 (2023년 11월 30일)        
회차: 시즌1- 8부작(약 420분) -완-

 

 미군과 미국 정보기관의 다양한 부서에서 활동하던 엘리트 요원들이 모여 핵공격으로 위협받는 라스베이거스를 구하는 특수 합동 작전을 펼칩니다. 임무를 완수한 요원들은 술과 마약을 즐기며 파티를 열고 임무의 성공을 축하합니다. 그러던 중 그들은 자신들이 무력화한 핵폭탄이 가짜라는 것을 알게 되고 진짜 핵폭탄을 찾기 위해 술과 마약에 찌든 채로 다시 임무에 뛰어듭니다.


대략적인 소개

 영미권 타이틀인 'Obliterated'는 직역하면 말소, 말살 등으로 해석되는데 미국에서 속어로 술에 취한 상태를 뜻하기도 합니다. 어느 쪽으로 해석하든 적절한 타이틀인 것 같습니다.
작품의 장르와 앞서 요약한 줄거리로만 짐작해도 전체적인 내용과 그 결말까지 쉽게 예상이 가능하고 또 그 예상이 실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술과 약에 취한 특수요원들이 숙취와 환각 등의 부작용을 버티며 테러리스트들의 핵위협에서 라스베이거스를 지켜내며 일어나는 좌충우돌 해프닝들을 통해 웃음을 주고 끝내 임무를 완수하며 훈훈하게 마무리되는 스토리라인으로 그냥 시간 때우기용으로 볼만한 가벼운 작품입니다.
 초반 몰입도는 상당히 준수한 편입니다. 아무래도 흥겨운 파티 장면들이 주를 이루고 또 눈길을 사로잡는 두 주인공들의 비주얼이 크게 한 몫합니다. 팀의 리더이자 CIA요원인 '에바 윈터스'역을 맡은 '셸리 헤니그'의 미친 미모와 몸매는 아직도 눈앞에 아른거릴 정도입니다.
 그리고 네이비씰 선임하사인 '채드 맥나이트'역을 맡은 '닉 자노'의 단발머리와 턱수염의 충격적인 비주얼은 뇌리에서 쉽사리 사라지지 않습니다. 근데 작중에서 미군 소속의 현역 네이비씰인 맥나이트는 미군 두발규정상 눈썹과 귀, 뒷목이 가려지면 안 되고 특히 귀와 목 주변은 짧게 깎아야 하는데 현실성을 해치면서까지 설정을 했습니다. 아무리 근본 없는 코미디 드라마라도 제작자들은 근본 있는 제작자(코브라카이 시리즈 제작진)들인데 의도한 설정이라고 봐야겠죠. 

 단발머리와 턱수염 콜라보는 1990년대 유행한 남성 스타일입니다. 2010년대에도 브레드 피트를 비롯한 꽃미남들에 의해 보이기도 했지만 굳이 꼽자면 1990년대 스타일입니다. 이런 스타일을 하고 맥나이트는 뜬금없고 시도 때도 없이 USA를 연호하며 철저하게 자본주의적인 러시아출신 테러리스트를 공산주의자 취급합니다. 외모뿐 아니라 내면까지 캐릭터 자체가 90년대에 머무른 느낌이죠. 작중 팀원이자 가장 친한 친구인 '트렁크'는 자신의 성적취향에 대한 진실을 맥나이트에게 털어놓지 못하는 이유로 그의 마초적이고 구시대적인 면에 대해 언급하기도 합니다.
 근데 가장 중요한 게 이런 설정들이 무엇을 위한 건지 모르겠습니다. 작품의 재미를 더하는 것도 아니고 뭔가 전달하는 것도 아니고요. 굳이 끼워 맞춰보자면 1990년대 비주얼로 다짜고짜 밑도 끝도 없이 USA를 질러댄다는 점에서 그 시절에 만연한 성조기 펄럭하며 국뽕충만했던 <인디펜던스데이>나 <아마겟돈> 같은 영화들을 까는 걸 수도 있겠다 정도네요.


라스베이거스와 칠대 죄악

 이렇게 베일에 가려진 듯한 의미를 알 수 없는 설정은 또 있습니다.
작품을 이끌어가는 일곱 명의 주인공들, 환락의 도시 라스베이거스를 핵폭탄으로부터 구해내는 히어로들은 종교적 관점의 칠대죄악의 모습을 보이는데요.
 먼저 팀의 리더이자 CIA요원인 '에바 윈터스'는 본인의 뛰어난 능력을 바탕으로 매우 오만한 성격의 소유자입니다.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기에 팀원들에게 강압적이며 상하관계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는 첫 번째 죄인 교만입니다.
 NSA의 컴퓨터 전문가인 '마야 러너'는 맥나이트에게 푹 빠져있었는데 파티에서 윈터스와 맥나이트가 관계를 가진 것을 알게 되자 윈터스에게 폭언과 악담을 하며 사사건건 시비를 겁니다. 이는 두 번째 죄인 질투입니다.
 미 공군 헬리콥터 조종사인 '폴 융'은 딸을 사랑하는 이성적인 인물이지만 마약이 든 과카몰리에 취하게 되고 딸이 졸업파티 후 연상의 남자친구와 함께 라스베이거스로 여행을 떠난 사실에 폭발하게 됩니다. 환각 속에서 딸을 찾기 위해 딸의 남자친구를 위협하고 적들에게도 무자비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는 세 번째 죄인 분노입니다.
 미 육군 폭발물 처리 기술자인 '헤거티'는 폭발물에 관해서 맡은 임무는 항상 성공시킬 정도로 능력이 출중하지만 성실함과는 거리가 먼 인물입니다. 작중에서도 술과 마약에 취해 잠들어있죠. 이는 네 번째 죄인 나태입니다.
 미 해병대 저격수인 '안젤라 고메즈'는 주변은 살피지 않고 본인의 욕구에만 충실합니다. 결혼을 앞둔 신부에게 접근해 본인의 욕망을 채우고 배고픔에 힘들어하는 동료에게 과자 한 조각 나눠주지 않습니다. 이는 다섯 번째 죄인 탐욕입니다.
 네이비씰이자 맥나이트의 절친인 '트렁크'는 중요한 임무 수행 중에도 끊임없이 배고픔을 호소하며 음식을 찾습니다. 급기야 음식 때문에 임무를 외면하기도 하죠. 이는 여섯 번째 죄인 식탐입니다.
 트렁크의 절친이자 네이비씰 선임하사인 '채드 맥나이트'는 절친인 트렁크를 윙맨으로 두고 틈만 나면 이성들을 꼬시러 다닙니다. 셔츠를 벗기 위해 셔츠를 입는다고 고메즈가 말할 정도로 섹스어필에 진심입니다. 이는 마지막 일곱 번째 색욕의 죄입니다.
 조금 끼워 맞추기 식으로 보일 수 있는데 딱히 이런 설정을 통해 보는 이에게 전달하고픈 작가의 의도가 있었다기보단 환락의 도시, 죄악의 도시로 일컬어지는 '라스베이거스'를 구하는 '일곱 명의 영웅들'의 캐릭터성을 부각하기 위해 '칠대죄악'을 기저에 깔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빠질 수 없는 정치적 올바름

 역시 PC의 본고장답게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주인공들부터 코카시안, 라티노, 아시안, 아프리카 아메리칸 구성이고 거기다 게이, 레즈, 스트레이트까지 다 있습니다. 

PC적인 내용에 관한 서사도 굉장히 매끄럽고 자연스럽습니다. 남자니까 여자를 좋아할 거라고 속단한 맥나이트는 이성을 꼬시러 다닐 때 윙맨으로 트렁크를 데리고 다니는데 트렁크는 본인의 성적 취향에 대해 절친인 맥나이트에게 쉽게 밝히지 못합니다. 그런 그의 심정을 같은 동료이자 레즈비언인 고메즈를 통해 이야기되는데 동성애자 입장에서는 저런 걱정을 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만드는 서사였습니다. 겉모습만 보고 남의 취향이나 내면에 대해 혼자 판단하고 대하는 것이 상대가 벽으로 느낄 수도 있겠단 생각도 들었고요.

 그냥 덮어놓고 이게 올바른 거다, 아름다운 거다 하며 주관적인 기준을 무시한 체 강요하고 주입하려는 의도가 없어서 좋았습니다.  레즈비언의 섹스팅도 참 보기 좋았고요. 

 애초에 오리지널 작품이기에 PC가 섞여있든 버무려져 있든 크게 신경 안 쓰는데 전달하는 방식이 근래 보기 드물게 예의 바른 것 같아 언급하고 넘어갑니다.


감상평과 해외반응

 초반 몰입도가 무색하게 중반이 넘어가면 슬슬 루즈해집니다.

아무래도 똑같은 플롯이 반복되어 오는 피로감도 크고 질질 끌려다니는 듯한 주인공들의 모습에 힘이 빠진다고 할까요. 나름 반전이 있지만 대놓고 수상쩍어서 놀랍지도 않고요. 시종일관 무표정으로 보다가 '제이슨 맨츄커스'의 광기 가득한 그렘린 목소리에 조금 웃었습니다. 이 분 참 또라이 목소리에 왜 이렇게 찰떡인지ㅎㅎ
 TBS에서 초기기획 당시 10부작으로 계획했다가 넷플릭스로 넘어오면서 8부작으로 줄였는데 넷플릭스에서 실수한 것 같습니다. 6부작 정도가 적당했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아니면 호흡을 좀 더 빠르게 가져가면서 영화로 나왔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해외반응 역시 좋은 편은 아닙니다. 거의 공통적으로 반복적이고 느린 전개에 불만이 많았지만 그냥 정신 놓고 아무 생각 없이 보기에 좋았다는 평들도 보입니다.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작품이네요.

해외 감상평 중에 쇼가 너무 재미없어서 그냥 누군가 핵폭탄을 터트리고 빨리 이 쇼에서 벗어나게 해 줬으면 좋겠다던 글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래도 개인적으론 셸리 헤니그의 미친 몸매를 본 걸로 만족스러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