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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워킹 데드: 데릴 딕슨 시즌1 - 지금까지의 데릭 딕슨은 잊어라! ]

by 박다식 2023. 10. 30.
해당 블로그의 모든 글은 약간의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커먼웰스를 떠나는 데릴 딕슨

 

 '워킹 데드: 데릴 딕슨'은 워킹 데드 시즌11의 피날레에서 릭과 미숀을 찾기 위해  쇄신된 커먼웰스를 떠난 데릴 딕슨의 이야기입니다.

You deserve happyending too

 

 쥬디스의 내레이션을 시작으로 망망대해가 펼쳐지고...

나무보트에 몸을 의지한 채 프랑스의 한 해안에 도착한 데릴 딕슨은 낯선 문자로 적힌 표지판에 당황합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탓일까요? 

항상 조심성 있게 행동하던 평소의 모습과는 다르게 스스로를 위험에 빠트리는 행동을 합니다.

폐건물에 무작정 들어가서 좀비들에게 둘러 쌓인다거나 처음 마주한 생존자들을 경계하지 않는 모습은

우리가 알던 데릴 딕슨의 모습과는 사뭇 다릅니다.

물론 새로운 특성의 좀비를 소개하고 스토리의 진행을 위해선 필요한 부분이겠지만 

데릴 딕슨이란 캐릭터를 좀 더 지켜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사소하지만 계속되는 캐릭터 붕괴

 앞서 언급한 것 이외에도 극 중 여러 상황에서 우리가 알던 데릭 딕슨과는 다른 모습을 종종 보입니다.

좀비와의 전투도 코 앞에서도 석궁질하던 평소와 다르게 칼부터 빼드는 모습이 어색합니다.

수녀원에서 득템 한 석궁이 있는데도 다른 근접 무기를 사용하는 모습을 자주 보입니다.

시몬 베일 유치원과의 조우에서도 화살 몇 발에 낚싯줄 걸린 물고기처럼 딸려가다 제압당합니다.

이 외에도 여러 장면에서 허술하고 너프 된 모습을 보이며 실망감을 안깁니다.

극 중 여정의 동반자인 어린 로랑에게 욕설을 퍼붓는 모습은

오리지널에서 데릴을 힘들게 했던 헨리의 온갖 트롤짓을 속으로 삭이던 모습과 대조됩니다.

특히 시즌 마지막화에서 연호하는 관중들을 향해 좀비 머리를 들어 보여주는 쇼맨 쉽은 정말 예상외였습니다.

글레디에이터 빙의한 데릴 딕슨


조금 과하다 싶은 설정들

 극 중 여러 새로운 무기들이 많이 등장하고 사용됩니다.
오리지널 시리즈의 미국 대륙과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려는 시도는 시청자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핍진성을 해치는 과도한 설정은 몰입을 방해하기도 합니다.

박물관을 털어온 수녀님들

 수녀원에 쌓여있는 박물관에서나 볼 법한 중세 무기들은 담당 신부였던 피에르 장이 수집가였다는 이사벨의 말로써 설명이 되지만 이후 등장하는 코드론의 게릴라군들이 들고 있는 총기는 1차 세계대전즈음 사용되던 소총들이며 더 나아가 중세즈음 사용되던 단발식화승총이나 나팔총까지 등장합니다.

 나름 고증에 충실하여 프렌치 탄(8mm)을 건네는 모습도 보이지만 저처럼 쓸데없이 까탈스러운 인간은

   '1차 대전 때나 쓰던 탄약이 남아있을 리 없고 남아있다 해도 사용이 불가능할 것인데

    범용성 좋은 5.56mm 나토 제식 탄약을 안 만들고 굳이 힘들게 8mm를 만든다고?'

같은 잡생각으로 몰입이 깨져버립니다.

100년전통의 베르티에 소총
캐리비안의 해적 촬영과 헷갈린 조연들


무게감 없는 빌런

마담 제넷의 첫 등장

 마담 제넷에 대해 극 중 알려진 바로는 파리에서의 운동(Movement in Paris)을 통해 세력을 확장하고 작중 시점에서 프랑스 대부분의 도시를 장악하고 있는 Pouvoir des vivants(생존자의 힘, Power of the living)의 수장이며,  발병 이전에는 미술관 직원이었던 것으로 나옵니다.

 인물에 대한 묘사가 부족한 탓인지 집단이 따를만한 매력적인 모습을 찾기 힘듭니다.

마담 제넷의 그리 많지 않은 분량에서 보이는 고압적인 태도와 불쾌한 웃음은 '혁명 마렵다'는 생각만 들게 합니다. 

군중을 통솔하는데 특화된 모습을 보이는 호감형의 더 가버너(필립), 무력과 퍼포먼스 그리고 압도적인 카리스마로 정점에 군림한 니건, 생존에 대한 본인의 사상을 정립해 새로운 세계를 창조한 알파는 각각 캐릭터의 매력을 과시하며 추종자들이 따를만한 근거를 보여줍니다.

굳이 캐릭터 자체의 매력이 아니더라도 커먼웰스의 주지사였던 파멜라 밀턴의 경우, 아버지이자 전 대통령이었던 윌리엄 밀턴이 커먼웰스를 설립하고 운영했으며 윌리엄 사망 이후 물려받은 가업이라는 배경으로 설득력을 더해줍니다.

스핀오프 시리즈인 '워킹 데드: 데드 시티'에서의 최종 빌런인 더 다마는 본인에 대한 구애를 미끼로 광기가 뒤섞인 잔혹한 성격의 더 크로앗을 쥐락펴락하며 자신의 지위를 지킵니다.

 물론 60분짜리 총 6회라는 짧은 시간 속에서 한 빌런에 대한 설득력 있는 캐릭터 설계보다도

제작진이 전하고픈 더 중요한 메시지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마치며...

 '워킹 데드: 데릴 딕슨'은 상대하기 벅찬 강력한 빌런을 상대로 승리를 쟁취하던 오리지널 시리즈와는 다릅니다.

워킹 데드 등장인물 중에서 가장 종교적인 것과 거리가 먼 데릴 딕슨은 프랑스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고 주어진 현실을 도전으로 극복하는 Pouvoir des vivants에 맞서 여러 종교단체의 연합인 Union de l'espoir(희망의 연합, Union of hope)에서 새로운 세계의 메시아로 추앙될 로랑을 The nest(둥지)로 전달하는 역할(Messenger)을 맡게 됩니다.

목적지에 도착함으로 희망의 전달자로서의 역할은 끝났지만 차세대 메시아의 성장을 위한 친구로서, 아버지상(Father figure)으로서의 역할은 아직 숙제로 남아있습니다.  

 항상 꼬질꼬질한 모집으로 등장하던 데릴은 시즌 도입부에서 목욕을 합니다. 

좁은 목욕통속에서 머리끝까지 몸을 담글 때 오버랩되는 수중 씬은 프랑스에 도착하기 전 대양을 표류했던 힘든 시간에 대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보임과 동시에 그리스도교의 세례의식을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세례는 물을 끼얹거나 들어가는 의식을 통해 죄를 씻고 새로운 사람으로 그리스도와 함께 다시 태어나는 것을 상징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데릴이 종교적으로 귀의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오리지널 시리즈에서와는 다른 새로운 모습의 데릴로서 스핀오프를 이어가겠다는 제작진의 시그널이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쓸데없이 따지길 좋아하는 저 같은 삐딱이들을 제외하고 워킹데드 팬이라면, 또는 팬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즐겁게 감상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즌2에서는 데릴을 찾아 나선 캐롤의 이야기도 함께 풀어낼듯하니 조금은 기대를 하고 기다리려 합니다.

해결사 캐롤